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국제사회보장리뷰' 2018 여름호에 '일본의 중증방문개호: 지적장애인 '지켜보기'의 사회화'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실렸다. 정희경 광주대학교 사회복지학부 조교수가 작성한 이 보고서는 일본의 '장애인종합지원법' 시행 현황을 소개하며 한국에서의 시사점을 전했다.
2013년 제정된 일본의 '장애인종합지원법'은 중증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 생활 기반이 되고 있다. 특히 한국의 활동지원 서비스에 해당하는 '중증방문개호'에는 '지켜보기'가 서비스로 포함된다. '지켜보기'란 적극적인 활동 지원이라기보다는 중증장애인의 행동을 지켜보는 것을 의미한다.
보고서는 "(이는) 활동지원사가 어떤 행위를 하지 않고 장애인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활동지원이 성립된다고 법이 인정하는 것"이라며 "중증장애인 옆에서 특별한 행위를 하지 않고 장시간 '지켜보는 것'을 활동지원으로 인정함에 따라, 24시간 개호서비스도 가능하게 되었다"라고 전했다.
2014년 장애인종합지원법이 개정되면서 기존에는 중증신체장애인에 대한 개호서비스에서만 인정되었던 '지켜보기'가 정신장애인과 발달장애인에게도 적용되었다. 보고서는 법 개정에 따른 '지켜보기' 적용 대상의 확대로 인해 "지적장애인과 정신장애인의 자립생활지원체계가 구축되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거주시설과 지역사회 자립 중간단계인 그룹홈 이용자 수가 2009년 4만 8천 명에서 2016년 10만 2천 명으로 급증해 탈시설 이행이 진행되고 있음을 증명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지켜보기'의 도입으로 인해 서비스 단가가 하락해 활동지원사의 급여가 내려가면서, 중증방문개호 서비스 이용자를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었다"며 이에 따른 일본 정부의 해결방안을 소개했다. 일본 정부는 △중증방문개호 이용자에게 기본 단가의 15% 또는 7.5%의 추가 지원 △정부 평가에 따라 선정된 특정 제공기관에 10%~20% 추가 예산 지원 △복지 및 개호직원의 처우개선 및 경력개발을 위한 노력을 할 경우 직원에게 추가 지원 등의 노력을 점진적으로 실시하며 서비스 제공을 유도했다.
보고서는 "(정부의) 추가 지원에 따라 제공기관이 활동지원사의 시급을 올릴 수 있게 되면서 고용이 어렵지 않게 되었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도쿄도 소재의 한 제공기관의 활동지원사는 하루에 8시간씩 20일, 총 월 160시간을 일하더라도 35만~40만 엔(한화 약 350만 원~400만 원)의 월급에 연 2회 보너스를 받고 있어 일반 기업 급여에 비해서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일본에서 실제로 중증방문개호를 이용하는 지적장애인의 사례를 소개했다. 기존에는 월 총 354시간의 서비스를 받았던 지적장애인 A 씨는 2014년 장애인종합지원법 개정에 따라 중증방문개호서비스 대상자가 되었고, 현재는 월 531시간 서비스를 받고 있다. 총 8명의 활동지원사가 2~3일에 걸쳐 2교대로 지원하고 있으며, 가장 오랫동안 활동지원사로 일하고 있는 사람은 11년째 A 씨를 지원하고 있다.
보고서는 "현재 한국 역시 탈시설 전환 사업을 폭넓게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의학적 관점의 장애인정구분으로 인해 발달장애인에 대한 서비스의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그 결과 장애인이 자립생활에 실패하고 시설로 돌아가거나 지역사회에서 방치된 상태로 생활하는 등 많은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보고서는 "중증의 지적장애인에게 중증방문개호의 ‘지켜보기’와 같은 지원이 주어진다면 지적장애인이 방치되거나 시설로 돌아가는 사례는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보고서는 한국에서도 중증장애인이 활동지원사를 구하지 못해 가족들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일본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원체계가 정비된 제공 기관에 추가 지원 점수를 부여해 수당을 지급할 수 있는 (지원) 형태가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