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척수장애인의 담낭제거로 본 장애인건강권
장애인건강주치의 장애유형의 완전한 이해가 필수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07-18 09:40:39
필자는 한 달 전에 소변에 피가 섞여 나와서 이런 저런 검사를 한 적이 있다. 결과적으로는 방광염의 소견이 있어서 항생제 처방으로 끝이 났지만, 담낭에 결석의 소견이 보이니 정기적으로 복부초음파 검사를 통하여 추이를 지켜보자는 의견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척수장애인의 신체적 특성상 소변의 배출이 원활치 않고 잔뇨 등의 영향으로 결석이 생길 위험이 다른 장애유형보다 높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폴리를 착용하여 늘 유치도뇨를 하는 척수장애인들이 더 결석에 걸릴 확률이 있다고 한다.
잔뇨가 늘 있다는 것은 소변의 성분에 의해 돌이 생길 확률이 많아진다. 물을 자주 많이 마시라는 것은 척수장애인에게는 철칙이다.
최근에 남양주에 사는 사지마비의 여성 척수장애인 회원이 담석으로 고생한 이야기를 들었다. 10년 전에 병원에서 복부 초음파를 촬영 때 반짝반짝하는 것이 보여 암인줄 긴장했었지만 암은 아니었다고 한다.
정밀검사를 위해 CT촬영을 했지만 잘 분석이 안 되서 MRI촬영 결과 담낭(쓸개)와 췌장, 십이지장에 아주 작은 돌들이 있다는 결과를 받았다고 한다.
당시 의사는 ‘아프지 않으면 수술 안 해도 된다.’는 감각이 없어 통증을 느낄 수 없는 척수장애의 실상을 잘 모르는 진단을 내렸고 의사의 의견을 존중해서 그냥 병원을 나섰다고 했다.
그리고 정확히 10년 후 어느 날 소변에 피가 나오고 얼굴이 노랗게 변해서 구급차에 실려 병원 응급실로 가니 담석에 의한 담낭염으로 담낭(쓸개)을 때어 냈다고 한다. '쓸개 빠진 여자'라고 웃지만 얼마나 당황을 했었는지 말 안 해도 알 수 있었다.
담낭(쓸개)를 떼어내니 소화능력이 떨어지고 변비가 심해져서 우울감이 생긴다고 담담히 이야기를 한다. 매달 병원에 정기적으로 방문해서 약 처방을 받고 있다며 10년 전에 소견이 있었을 때 정기적인 검사와 적극적인 조치가 있었다면 이런 봉변은 없지 않았을까 매우 안타까워했다.
교통사고로 사지마비가 된 트라우마를 잘 이겨내고 직장생활도 하며 삶의 의미를 되찾아가고 있던 차에 생긴 막을 수 있었던 불행으로 한동안 고생을 할 것이고 삶의 질은 이 전만은 못할 것이다.
이 재미없는 이야기를 왜 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최근 장애인건강권법과 관련하여
장애인건강검진기관과
장애인건강주치의에 대한 시범사업이 시작되었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각 유형별 장애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다면 이러한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수년을 토론하고 준비한 장애인건강권법에 당사자의 주장과 건의가 무시되고 왜곡된다면 장애인의 건강을 누구도 보장할 수가 없게 된다.
세심한 맞춤형 관리를 위해
장애인건강주치의 제도를 만들었지만 장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또한 그 간극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없다면 제도의 효율성을 바닥으로 내쳐질 것이다.
최근
장애인건강검진기관이 선정되었다. 장애의 특성을 고려한 검진방법과 장비가 도입이 되어야 하고 특히 검진 이후에 사후관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검진 이후에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하지 않는 검진제도는 장애인에게는 의미가 없다고 강력히 주장을 한다.
'
장애인건강주치의'들도 장애유형에 대한 완전한 이해가 필요하며 장애인들의 환경과 심리상태에도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장애인의 환경을 이해하지 못하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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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찬우 (elvislee@hanmail.net)
출처 : http://www.ablenews.co.kr/News/NewsContent.aspx?CategoryCode=0006&NewsCode=000620180716224205896391#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