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년 5월 11일, 전두환 대통령으로부터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고 있는 박인근 전 형제복지원 원장. (사진출처 : 형제복지원 운영 화보집)
81년 4월, 남덕우 국무총리로부터 국민포장을 받고 있는 박인근 전 형제복지원 원장. (사진출처 : 형제복지원 운영 화보집)
행정안전부가 10일, 80년대 이루어졌던 간첩조작사건, 5·18광주민주화운동 진압 관련자 등에 대한 서훈을 대대적으로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명단에는 '부랑인 선도보호'를 명목으로 수천 명의 사람들을 강제납치하고, 강제노역 및 폭행 등을 자행해 공식기록으로만 551명의 사망자를 낳은 부산 형제복지원의 원장 박인근도 포함됐다.
행정안전부는 10일 오전 개최된 제30회 국무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부적절한 서훈 취소(안)’이 심의·의결되었다고 밝혔다. 이번에 취소되는 서훈은 △무죄판결 간첩조작사건 관련자 45명 △부산 형제복지원 인권침해사건 관련자 1명 △5·18광주민주화운동 진압 관련자 7명·2개 단체 등 모두 53명·2개 단체에 수여된 56점의 훈·포장과 대통령·국무총리 표창이다.
박인근 형제복지원 원장은 81년 4월 20일 국민포장을, 84년 5월 11일에는 이보다 격이 높은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박 원장은 2010년 이후 다시금 불거진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논란을 방어하기 위해 발간한 『형제복지원 운영화보집』에 자신이 상훈을 받은 사실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기도 했다.
행안부는 박 원장이 구걸행위자 등 부랑인 보호 사업에 헌신한 공적으로 서훈을 받았지만 인권침해로 확인되었기에 2개의 서훈 모두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지난 2016년 6월 지병으로 사망했다.
행안부는 지금까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재심권고 무죄사건 9건 및 언론사 보도 간첩조작사건 3건, 부산 형제복지원 인권침해사건을 포함 총 13건의 사건 관련자 서훈을 파악해, 관련부처(국방부, 보건복지부, 국가정보원, 경찰청) 공적심사위원회 및 당사자 소명 등의 취소절차를 진행해 왔다.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서훈 취소는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취소가 최종 확정된다.
한편, 정부와 여당은 지난해부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 개정을 통해 미완의 과거사 사건 재조사를 추진하고자 했으나, 야당과의 합의를 이루지 못해 개정안 처리는 답보 상태에 빠져 있었다.
이에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한종선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모임 대표의 '진실의힘 인권상' 시상식에 참석해 "(과거사 청산을) 그동안 야당이 반대해서 못 했다는 핑계도 댔는데, 이제는 핑계를 못 대겠다. 이 문제도 하나하나 풀어가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밝힌 바 있었다.
이번 서훈 취소 조치 역시 김 장관의 발언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으로, 국회 논의와 무관하게 정부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를 우선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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