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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일상속의 장애인-스토리텔링 공모전’ 18수상작 소개-

작성자 2022-10-24 최고관리자

조회 104

 

‘제8회 일상속의 장애인-스토리텔링 공모전’ 수상작 소개-18

장려상 ‘건강합니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10-13 09:08:46
밀알복지재단이 최근 ‘제8회 일상속의 장애인-스토리텔링 공모전’을 진행했다.

스토리텔링 공모전 ‘일상 속의 장애인’은 장애인과 관련된 일상 속 이야기들을 통해 장애인식개선을 도모하고자 2015년부터 진행되고 있다.

올해 공모전 결과 박관찬씨의 ‘청년은 오늘도 첼로를 연주합니다’가 보건복지부 장관상의 영예를 안았으며, 총 19편이 수상했다.

에이블뉴스는 총 19회에 걸쳐 공모전 수상작을 연재한다. 열여덟번째는 장려상 수상작인 조은영 씨의 ‘건강합니다!’다.


건강합니다!
조은영


해님이 작정하고 아주 땀을 쭉쭉 빼가려는지, 가만히 있어도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히는 완연한 여름이 왔습니다.

땅도 이글이글 타오르고, 땅 위를 걷는 나와 중학생 큰 아들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빨갛게 지글지글 익어 가는데, 언제나 해맑음 만렙인 초등학교 5학년이 된 둘째 아들은 이 더운 날에도 기운이 펄펄 넘쳐나서는 타오르는 태양빛을 정면으로 마주 보고서도 폴짝폴짝 잘도 뛰어다니는 것이 에너자이저가 따로 없을 만큼 씩씩하기만 합니다.
이젠 제법 키도 덩치도 고학년인 티가 날 만큼 체격이 커져서 그런지 뛸 때마다 아지랑이가 크게 피어오를 만큼 아주 튼실한 우리 집 러블리 보이 둘째.

우리 가족 모두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여름 햇살보다 더 반짝반짝한 눈을 가진 우리 아들 시현이는
삶의 속도가 남들보다 조금 느린, 발달장애 아동입니다.

시현이네 가족은 시현이 엄마인 나와 시현이 아빠인 남편, 그리고 시현이와 함께 자라는 동안 또래 친구들 보다 먼저 철이 나버린 중학교 2학년 첫째 아들. 이렇게 네 식구가 화목한 울타리 안에서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장애가 있는 가족으로 살아가는 우리 가족은 때론 불편한 시선을 받기도 하고, 장애아이다 보니 인지가 느린 탓에 우당탕탕 사고를 지치지 않고 쳐서 당황스러운 날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자기 예쁨은 알아서 잘 챙긴다고, 아직도 어린 아이의 맑은 눈망울과 귀여운 애교가 철철 넘치는 시현이로 인하여 노곤한 하루의 끝에서 사르르 피로가 눈 녹는 듯 풀릴 만큼 사랑스러운 애정공세 덕분에 힐링을 받는 날이 훨씬 더 많기에 우리 가족은 나름의 행복한 울타리를 잘 꾸려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 우리 시현이를 두고 간혹 아픈 아이라는 표현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렇게나 튼튼하고 건강한 아이에게 몸이 아픈 아이라고 말하는 것도 전혀 이해가 안 되는데, 또 누군가는 마음이 아픈 아이라는 말까지 종종 합니다. 오랫동안 아무렇지 않게 표현하는 이해 못 할 그 말 들을 내내 어색하게 웃고 넘겨왔었지만 사실 엄마인 나는 그 말이 참으로 싫습니다.

아닌데. 우리 아이는 오늘도 이렇게나 건강한데.
튼튼한 팔과 다리로 세상 어디든 폴짝폴짝 잘 뛰어다니고, 리모컨으로 좋아하는 tv를 틀어놓고 깔깔 웃어대며 제일 좋아하는 매운 떡볶이를 씁씁 거리면서도 2인분씩 야무지게 싹싹 먹어 치우는 아이인데.

내 뱃속에서 열 달을 품고 나와 내 품 안에서 열두 살 까지 키워 온 사랑하는 내 아들이지만 사실은 아이의 지적장애가 어디서 왔는지 왜 온 건지, 엄마인 나조차도 아직 물음표가 가득한 상태이기에 남들이 굳이 내 아이를 무조건 알아주기를, 세상 모든 사람들이 우리 아이를 오롯이 이해하고 인정해 주기를 바란 적은 없습니다. 우리 가족이 탄탄하게 쌓아놓은 울타리 안에서 걱정, 근심 없이 지금처럼 해맑은 웃음을 크게 웃으며 그저 행복하게 자라주기만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만 한 가득 일뿐인데, 그 평범한 바람이 참 쉽지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5학년쯤 되니 그 무섭다는 사춘기도 오고, 이젠 제법 눈치도 자라고 있는 우리 아들. 그런 시현이에게 얼마 전 울지도 웃지도 못할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막 여름이 오기 시작해서 매우 더웠던 날, 학교를 마치고 신나게 뛰어나 내 손을 잡고 하교를 하는 길에 우리 시현이랑 같은 반인 아이 엄마를 마주쳐서 잠시 눈인사를 했는데, 그 엄마의 안부 인사 끝에 나온 말이 시현이를 많이 속상하게 했습니다.
자신의 딸에게 “아픈 친구니까 우리 딸이 잘 도와줘.”라고 하는 말을 들어버린 시현이가 가려던 길을 멈추고는 “시현이는 안 아파!”라며 버럭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맑은 눈망울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서는 아픈 아이라는 말을 한 친구 엄마를 향해 한참을 “안 아파! 시현이 안 아파!”라는 말을 반복해서 소리치는데, 그런 시현이를 보며 순간 놀라기도 했지만 가슴에서 울컥 덩어리가 쑤욱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는 씁쓸했어도 그냥 정정하지 않고 그렇게 넘겨버렸었던 ‘우리 시현이 아픈 아이 아니에요’라는 한마디를 그 엄마를 향해, 그리고 하굣길에 많은 사람들을 향해, 큰 소리로 외치고 있는 시현이를 보면서 어찌나 속이 시원하던지. 진정 사이다가 이런 느낌인 거였나 했습니다.
그날은 우리 시현이가 자신을 잘 모르는 어른을 향해 똑바로, 시원하게 팩트를 짚어준 아주 기특한 날로 오래오래 가슴속에 기억될 것 만 같습니다.

아마도 우리 시현이가 아픈 아이라는 말을 극도로 싫어하게 된 계기는 올해 봄, 코로나19를 앓았던 일주일 때문인 것 같습니다. 자신이 어떻게 얼마큼 아픈지 자신의 상태에 대해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에게는 정말이지 공포로 느껴질 만큼 가혹하게 아팠던 날들.

그렇게 귀찮아하던 체온계를 자꾸만 귀에 댈 만큼, 40도까지 열이 펄펄 끓어오르고, 계속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축 처져서는 그 좋아하던 폴짝폴짝 뛰며 손뼉 치는 행동도 못하고 늘어져 있는데, 어른인 나조차도 뼈마디 마디가 쑤실 정도로 고통스러운 아픔에 대하여, 이렇게 엄청나게 아픈 이유가 왜인지, 왜 이렇게 아파야 하는지를 디테일하게 설명해 주기가 어려워서 시현이는 지금 코로나라는 이름의 독한 감기에 걸려서 아픈 거라고, 그냥 감기 때문이라고 밖에 알려주지 못했습니다.

코로나가 왜, 어디서 왔는지 상세하게 말해주기엔 시현이가 이해할 수 없었던 이유도 있었지만 가족 모두가 함께 아팠던 때 인지라 오랜 설명을 생략해버린 그날의 엄마와 아빠 때문에 시현이는 그동안 별거 아니게 여겨 온, 어린 시절부터 그저 흔하디흔하게 걸렸던 감기를 그 어떤 병보다 무서운 병으로 각인해 버렸습니다. 중학생인 첫째도 태어나서 자신이 인지한 아픔 중에 가장 아팠던 그 일주일이 정말 악몽 같았다고 할 정도였는데, 아마도 시현이는 더 했을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인지 코로나에 걸린 이후부턴 콧물만 조금 나와도 흠칫 놀라서 스스로 약을 달라고 합니다.

아프다는 건 그런 겁니다. 우리 시현이도 아주 잘 알고 있어요.
신체가 아프면 온몸이 고통스럽고, 마음이 아프면 모든 감정이 순간 무너져 내리는 것. 그러니까 우리 아이는 아픈 아이가 아닙니다. 그저 남들과 조금 다른 것일 뿐.
그런데 사람들 누구나 다 다르잖아요. 세상 어디에도 똑같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 시현이가 비록 다수가 정해놓은 평범함의 기준과 다르다고 해서 굳이 우리 시현이와 같은 발달장애 친구들을 표현할 말을 찾기 위해 그저 ‘아픈 아이’라는 말은 부디 하지 말아 줬으면 좋겠습니다.
그 말들이, 나는 참 많이 아픕니다.

시현이도 아픈 게 뭔지를 제대로 알고 난 후부터 아픈 아이라는 소리에 “나는 안 아파. 시현이는 안 아파요 엄마.”라고 질색하며 반응합니다. 엄마인 나는 스스로 안 아프다고 외치는 우리 아들이 기특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시리기도 합니다. 마음이 아프다는 것은 그런 거 같아요. 내 힘으로 어찌해줄 수 없어서 속이 상하고 그래서 가슴이 너무나 저려오는 것.

매일 시현이의 느린 속도에 발맞추어 함께 손잡고 걸어가다 보면 느림으로 인해 더욱 신중해지는 법도 배우고, 예상하지 못할 상황에 대처하는 순발력도 늘어나고, 참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해서 우리는 시현이가 느려도 괜찮습니다. 우리가 함께 걷고 있는 방향이 그저 바르게 잘 가고 있는 길이기만 하면 되니까요.
혹여 어쩌다 넘어지거나 길을 잘 못 들었다고 해서 좌절하지 않습니다. 다시 바른길을 찾아가면 되는 거니까요.

우리 시현이는 오늘도 바르게, 잘 걷고 있습니다.
매일 감정의 소용돌이가 치는 질풍노도의 시기에도 자신의 분노에 잠식되지 않고, 잘 자라주고 있는 요즘입니다. 부르고 싶은 노래도 목청 좋게 잘 부르고, 좋아하는 떡볶이나 피자도 야무지게 냠냠 잘 먹고, 뛰고 싶은 곳을 향해 신나게 잘 뛰어다니는 몸도 마음도 아주 건강한 열두 살을 보내고 있습니다.

남들과는 여러모로 다른 아이지만 이 세상에 많고 많은 다른 사람들 중에 하나 뿐인, 항상 씩씩하게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향해 똑바로 뛰어가는 우리 사랑스러운 아들.

시현이는 오늘도 아주 건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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