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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일상속의 장애인-스토리텔링 공모전’ 19수상작 소개-

작성자 2022-10-25 최고관리자

조회 154

 

‘제8회 일상속의 장애인-스토리텔링 공모전’ 수상작 소개-19

장려상 ‘카드 만들러 왔어요’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10-14 09:12:44
밀알복지재단이 최근 ‘제8회 일상속의 장애인-스토리텔링 공모전’을 진행했다.

스토리텔링 공모전 ‘일상 속의 장애인’은 장애인과 관련된 일상 속 이야기들을 통해 장애인식개선을 도모하고자 2015년부터 진행되고 있다.

올해 공모전 결과 박관찬씨의 ‘청년은 오늘도 첼로를 연주합니다’가 보건복지부 장관상의 영예를 안았으며, 총 19편이 수상했다.

에이블뉴스는 총 19회에 걸쳐 공모전 수상작을 연재한다. 열아홉째는 장려상 수상작인 한미옥 씨의 ‘카드 만들러 왔어요’다.


카드 만들러 왔어요
한미옥


“(딩동!) 1번 고객님, 3번 창구에서 도와드리겠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그 고객님은 우리 은행을 방문하였다. 동그란 눈동자를 또렷하게 뜨고 오른손에는 순번 대기표 흰 종이를 꼭 쥐고 있다. 흰 종이에 적힌 숫자와 똑같은 모양의 숫자가 은행원 책상 옆에 나타날 때까지 뚫어져라 쳐다보며 그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바짝 깎은 손톱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손가락에 힘을 주고선 그렇게 집중하고 계신 거였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오늘은 어떤 업무를 하러 오셨나요?”
반갑게 자신을 맞이해 주는 내가 싫지 않은지 동그랗던 눈동자는 어느새 반달이 되어 한없이 선량한 미소를 보여주신다.
“나도 복지관에서 카드를 사용하고 싶어요. 다른 친구들처럼요.”
어눌하지만 고객님께서는 분명하게 장애인복지관에서 사용할 카드를 발급한다는 의사를 표현하셨다. 나 같은 은행원들은 업무의 시작을 보통 신분증 진위 여부를 통한 본인 확인으로 한다. 보통은 운전면허증이나 주민등록증이지만 고객님께서는 장애인 복지카드를 제시해 주셨다. 희끗한 머리며 동그란 눈, 다부진 입매가 분명 본인이 맞다. 그런데 난감한 상황이 발생했다. 복지카드에는 지적 장애라고 분명히 명시되어 있었으므로 나는 고객님의 의사 표현이 명확한지 그 판단을 해야 했다. 행여나 카드를 발급해 드렸는데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고객님의 보호자가 은행의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을 기해 업무를 해야 한다.

“카드가 왜 만들고 싶으신가요? 카드를 만들어 드리면 실례지만 어디에 사용하실 건가요?”
고객님의 얼굴에도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내 물음에는 답을 하지 않으시고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하셨다.
“엄마, 어서 와. 여기 은행. 여기는 안 그럴 줄 알았는데 여기서도 내가 해달라고 하면 잘 안 해줘. 빨리 와. 어서. 엄마가 와서 설명해 봐. 내가 복지관에서 카드를 쓰고 싶다고.”
고객님의 통화 내용을 일부러 엿듣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들리는 통화 내용이 나를 참 부끄럽게 했다. 은행원의 신분으로 고객서비스 교육을 받으면 늘 강조하는 것이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라’였는데 나는 과연 업무처리를 잘했는지 짧은 시간이지만 반성을 하게 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데 뭔가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원인 제공자가 본인이 되기 싫어한다. 문제의 책임 여부를 따질 때에는 더더욱 회피와 전가의 심리가 발동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상대하는 서비스업 종사자로서 고객님의 기분을 좀 더 세심하게 생각했어야 했다. 그렇다고 해서 고객님이 장애인인지 비장애인인지 그 여부를 두고 서비스의 질과 행위가 달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편견이라는 무섭고 질긴 고정관념이 장애인이니까 의사 표현이 분명하지 않다고 지레 짐작하게 만들었다. 장애인이므로 더 주의 깊게 업무 내용을 파악해야 한다고 설레발을 친다.

“고객님, 제가 이것저것 여쭈어본 것은 혹시라도 있을 사고, 예를 들면 카드를 잃어버리시거나 그래서 다른 누군가가 고객님 카드를 마음대로 쓰는 경우, 요즘 보이스피싱 많이 들어보셨지요? 나쁜 사람들의 꾐에 넘어가 고객님의 통장이나 카드를 나쁜 사람들에게 주실 수도 있고요. 혹시 발생할 수도 있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모든 고객님들께 여쭈어보는 절차니까 너무 기분 상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조곤조곤 설명을 드리는 동안 고객님의 보호자께서 은행에 도착하셨다. 보호자께서는 아주 자연스럽게 가족관계증명서와 본인의 신분증을 주시며,

“우리 아들이 복지관에서 다른 친구들은 체크카드로 커피도 사 먹고 하는데 자기만 카드가 없다며 자꾸 카드를 만들어 달라고 하는 거예요. 어차피 체크카드니까 통장에 잔고만 내가 적당히 관리하면 문제없을 것 같아서 혼자 가서 만들어 오라고 했는데 전화가 없어서 오늘은 웬일로 미션 성공하겠구나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전화가 와서 그럼 그렇지 했어요. 당연히 은행 입장에서는 우리 아들을 위해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정확하게 일하시려고 했겠죠. 이해합니다.”
보호자의 얘기를 듣고 나는 거듭 사과드리며 신속하게 업무처리를 해 드렸다.
“카드 발급 다 되었습니다. 업무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한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리고요, 혹시나 카드 잃어버리거나 하시면 곧바로 전화로 분실신고 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오늘 복지관 가시면 새 카드로 맛있는 커피 꼭 사드세요.”

은행 문을 나서는 두 모자 고객님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한동안 자리에 앉지를 못했다. 누구 못지않게 은행 업무에 자신 있었고, 고객 응대에 소홀함이 없다고 자부한 나였는데 오늘 장애인 고객님 덕분에 겸손의 장애를 털 수 있게 되었다. 자만과 오만이 머릿속에 박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었던 나야말로 지적 장애를 앓고 있었다.

대학 시절, 나는 부전공으로 특수교육학 관련 수업을 들었다. 그중 ‘지체 중복장애아 교육’이라는 수업의 교수님께서는 늘 수업 첫 시작을 장애인과 대등한 말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으로 시작하셨다. 세상은 왜 장애인의 반대말 개념으로 정상인이라는 말을 사용하는지 모르겠다며 사람들은 누구나 장애를 가지고 있는데 왜 그들은 자신을 정상인이라고 하는가 분개하셨다. 세상은 장애를 가진 사람과 장애를 덜 가진 사람으로 나뉜다고. 특히 장애인이라고 하면 몸의 어딘가가 불편한 사람으로 보통 생각하는데 그것은 틀린 생각이다. 생각이 바르고 가치관이 올바르면 그 사람은 그저 몸에 장애를 가진 분, 생각이 그릇되고 가치관이 올바르지 않은 사람은 생각에 장애를 가진 분! 오늘따라 유난히 그 교수님의 목소리가 떠오르는 건 장애인이니까 고객 의사를 더욱 분명히 확인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카드 발급을 제대로 해 주지 않았던 나 자신과 은행원의 몇 마디 질문에 상심하고 보호자에게 바로 전화를 한 장애인 고객님과 아들의 다급한 전화에 태연하게 관련 서류를 내미시며 은행 입장도 이해한다고 하신 보호자 고객님. 과연 누가 장애인이고 누가 비장애인일까?

자기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하는 사람은 장애를 가리지 않는다. 오히려 진상 고객을 만났을 때 내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나야말로 마음 곳곳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고백해 본다. 세상에는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의 생각과 이득만 주장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보호자 고객님은 세상의 모든 편견을 역지사지라는 마음으로 극복하신 것 같아 더욱 내 마음이 송구스럽다. 그동안 아들이 겪었을 차별과 무시를 지켜보면서 두 모자는 얼마나 상처를 받고 또 그것을 이겨내며 각오와 다짐으로 마음을 다독이셨을까!
“(딩동!) 1번 고객님, 3번 창구에서 도와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또 1번 손님이시네요? 카드로 맛있는 커피는 사 드셨어요?”
“그날 친구들한테 커피 다 사줬어요.”
“네~ 기분 좋으셨겠네요! 오늘은 어떤 업무 도와드릴까요?
“아... 카드 잘 가지고 있다고 말하려고요. 잃어버리지 않았다고 신고하려고.”
“아이고, 그 말씀 하시려고 귀한 시간 내셨어요? 감사합니다만 카드 잃어버리시거나 비밀번호가 안 맞거나 어쨌든 카드 사용이 잘 안될 때 그때 오셔서 저한테 말씀해 주세요. 신분증 가지고 오시면 바로 불편하신 점 찾아서 해결해 드릴게요.”
“그렇구나.”

머리를 긁적이며 꾸벅 인사하고 나가시는 고객님이 참 고맙고 감사하다. 저다지도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계신데 왜 장애 몇 급이라는 분류표로 세상 사람들의 편견과 맞서며 힘들게 살아가고 계실까? 아니 어쩌면 힘들다는 생각도 내 편견일 수 있다. 고객님은 힘차게 당당하게 의연하게 아무렇지 않게 그저 주어진 삶을 오롯이 받아들이며 차곡차곡 세상의 눈치를 쌓아가고 있는 중 일지도. 나 역시 고객님을 통해 자만과 겸손 사이를 지혜롭게 헤쳐 나가고 있는 것처럼.

과한 배려가 장애인에게는 상처가 된다는 말을 들었다. 비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장애인이라고 못 할 바가 없다. 그 당연한 사실을 나는 그동안 왜 여태 몰랐을까? 종일 웃음을 무기 삼아 일하는 내 모습의 이면에는 웃음과는 먼 어두운 마음이 있다. 그 마음은 잘 걷지도 일어서지도 못하는데 이유는 친절과 미소가 내 직업상 의무라고 여기는 내 고집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자 고객님과의 경험을 통해 그 마음을 작은 휠체어에 앉힌 기분이다. 소소한 감사와 뜻밖의 배려를 바퀴로 삼아 나 스스로 굴리는 휠체어.

오늘은 또 어떤 고객님이 오실까?
오늘은 또 어떤 장애와 맞서며 휠체어를 굴려볼까?
장애인 고객님의 카드로 사 먹는 커피 맛은 또 얼마나 맛있을까?
드러나지 않은 장애를 가진 분들께 커피 한 잔 건네며 오늘도 나는 미소 지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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